65세 고교졸업, 45년 전 어머니 꿈 찾기
전남생명과학고 졸업, 식품전공 활용해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에게 재능 기부 다짐
“45년 전 어머니와의 약속, 이제야 지켰죠”
[강진/남도인터넷방송] 지난 11일 강진군 전남생명과학고 졸업식에 65세 나이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늦깎이 여학생이 45년 만에 만학의 꿈을 찾았다.
여학생은 2014학년도 전남생명과학고 자영과를 졸업한 김춘엽(65) 씨다.
재입학한 도암초등학교를 지난 2009년 졸업하고, 2012년 강진여자중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평소 배우고 싶었던 제과․제빵, 요리 전공이 마음에 들어 전남생명과학고 자영과 식품코스에 입학해 고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그녀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학교 생활로 3년간 학업에 열중하며 제빵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그토록 원했던 고등학교 졸업의 기쁨을 맛 보았다.
김춘엽 씨는 지난 1964년 도암초등학교 졸업을 하루 앞두고 제적 당했다. 당시 경찰이었던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오빠 그리고 김 씨 세 식구만 남아 어려운 생활 속에서 20여일 무단결석했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던 김 씨는 35년 만인 지난 2008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강진 도암초등학교 6학년에 재입학해 45년 전 중단됐던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김 씨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된 연유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졸업장 하나 없는 딸에게 항상 미안해하던 고향 어머니와의 학교 졸업에 대한 꿈을 찾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졸업식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식품전공을 살린 ‘밥차 사업’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을 알림과 동시에 미국으로 유학 오는 한국 학생들에게 방을 임대해 주며 미국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춘엽 씨는 “45년전,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켜 고등학교 졸업장까지 받을 수 있어 감격스럽다. 졸업도 고마운데 특별상을 주신 강진원 군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향에서 따뜻하게 받은 사랑과 정(情)은 미국으로 돌아가 유학 온 한국학생들에게 평생 갚으며 살고 싶다”며 기뻐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35년이 지나 고향을 찾아온 분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 선생을 4년간 정성껏 모신 사의재 주모정신과 같다”며 “강진은 군민자치대학, 농한기철 농민 교육, 공무원 교육 등 교육열정이 뜨거운 지역이다.
앞으로도 학업의 기회를 놓친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사회단체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생명과학고는 지난 1937년 강진공립농업학교로 개교한 이래 11,08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2007년 전남생명과학고로 개명했고 2011년 마이스터고 지정돼 농업경영과, 축산경영과, 농자재과 등 3개 과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2005년에 설립된 강진군민장학재단은 11년간 260억원 기금을 조성해 운영 중이고 현재 150억원을 적립하고 있어 전남 군 단위 1위에 해당한다. 매년 500여명의 학생들에게 4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8천만원 군비를 투입해 열악한 영어 학습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필리핀 등 단기 해외어학연수에 매년 20명의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